환단고기를 싫어하시는 분들께, 제 이야기를 써봅니다.
동구라미
2015-11-19 23:03:49 │ 조회 6698

안녕하세요. 저는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88년 도 3월 첫날에 태어난 28살 청년입니다. 

사실 저는 꽤 오랜 시간동안 환단고기를 비롯, 그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증산도와 각종 종교에 굉장히 혐오를 느끼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환단고기에 애착이 있고, 우리 역사와 민족의 혼에 대한 관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요즘 인터넷 상에 워낙 환단고기에 대한 위서론이 판을 치기에 좁은 견해지만 제 의견을 써보려 합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접하게 됐던 많은 것들이 단지 제 개인적인 관심사가 만들어낸 연쇄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과거라는 것에 처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1살(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저는 불우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풍파를 겪은 유년기에 외탁으로 긴 시간을 보냈고 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유년기의 기억이 가장 강하게 인식되어 있고, 잊을 법하면 곱씹고는 했기에 정확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물리학 학자이자 교단에 계셨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책이라는 책은 가리지 않고 읽었습니다.

물론, 그 어린 나이에 성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라던가 각종 정통 문학이 아닌 글들도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읽은 책은 8살 때 고모로부터 생일 날 선물 받은 '안중근 의사' 에 대한 위인 전기였습니다.

당시 그 책을 읽은 굉장히 큰 분노를 느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11살이 되던 해에 대학생이었던 이모의 책장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 라는 책이었죠.

그 글자는 사람이름 이라고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외계어 처럼 다가왔습니다만, 읽을 거리를 찾던 제게는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삼일 만에 다 읽고 난 후, 굉장히 큰 충격에 빠져 있었습니다.

지구가 멸망하는 따위의 충격은 없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는 선을 관장하는 어떤 법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상이 언제고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부터 인과응보, 원인과 결과, 윤회를 기반으로 한 사람과 사람 간의 오고 가는 것들의 나비효과에 대해서 어렴풋이 상상만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 친부는 언젠가는 꼭 큰 벌을 받을 것이다! 정도의 생각이 그 첫 출발이었죠.

물론 지금은 다 용서하고 전혀 상관 없는 각자의 인생을 잘 살고 있지만요.

이 세상은 어떤 계산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냐하면, 수백 년 전의 사람이 먼 미래의 일을 예언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점성술이 아닌 천문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은 출발했습니다.

뭔가 분명히 사람도, 지구도, 우주도 서로에게 연결된 것이 있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그렇게 중학교를 진학하고 본격적인 학창시절이 시작 됐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내내 문제아 소리를 1년에 365번도 넘게 들을 정도로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그저 세상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단 하나, 제가 집중해서 듣던 수업이 있었는데 바로 국사였습니다.

그리고 기술보다는 글이 좋았던 저는 인문계로 진학을 했고,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는 아예 대놓고 선생님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싸운다기 보다는 제가 아주 많이 따지고 드는 바람에 진도를 빼야 했던 선생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주로 반감을 가지고 벌떡 일어섰던 부분은 대체로 근대사였습니다.

고대사야 일제의 만행으로 남아있는 자료가 없으니,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것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애초에 곰과 호랑이가 마늘과 쑥을 먹는 다는 자체부터 화가 나기는 했었습니다만, 그건 제외하겠습니다.)

가까운 역사인 근대사만큼은 교단에 선 사람이 자신의 주관대로 가르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의식 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게 될 교과서 집필 자체가 아주 많이 지나칠 정도로 편파적이더군요.

우리에게 다양한 해석이 담긴 역사를 가르쳐 달라는 취지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역시 공부를 취미로 두지 않던 놈이 하는 말은 누구도 들어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저는 대학교를 진학했다가 비싼 등록금에 별 다른 미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짜증이 나서 휴학을 내고 타지에서 사회 경험을 하다가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제대 후, 인터넷을 떠돌다가 우연히 천지개벽이라는 글을 보게 됐습니다.

내용이 꽤 알차더군요. 그래서 책자를 받았습니다.

무료라기에 받았더니, 책 값만 20만원 상당이더군요.

역시나 증산도 모임에 나오고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그 책 값을 물려야 한다고 하길래, 화가 나서 폰 번호를 바꿨습니다.

그래서 그 책은 자연스레 제 차지가 됐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 후에 어릴 적 읽었던 노스트라다무스 의 책 때문에 일상에서도 늘 관심있었던 미스테리 라는 부분에 대한 학구열로

구글에 존재하는 UFO, 개벽, 기독교,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예언, 고대문명과 관련된 자료는 정말 거의 다 정독했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증산도가 연결되더군요.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뭔가를 알면 알아갈수록 큰 벽에 부딪치는 걸 느꼈습니다.

그건 바로 주역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걸 공부하지 않고, 백날 다른 걸 읽어봐야 소 귀에 경읽기 였다는 거죠.

 

그러던 중에 환단고기라는 걸 듣게 됐습니다.

그걸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사실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는데요.

삼국 시대의 배경이 한반도가 아닌 중국 땅이었다는 이상한 논리가 올라온 인터넷 찌라시를 보고,

그걸 반박하는 사학자들 모임에서 올린 글을 보다가 그곳에서 나온 단어를 보고 알았습니다.


'환단고기'

검색해보니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2차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해보다가 알게 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위서론' 을 펼치는 자들의 대부분이 환단고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호두과자를 먹고 나서 호두의 맛을 안다고 우기는 일입니까?

물론 그전까지는 저도 굉장히 환단고기 추종자들을 '환빠' 라고 칭하며 마약 중독자들 대하듯 했었습니다만,

그런 제 자신에게까지 약간의 수치심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또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하필 그 시기에 네이버 웹툰에 한국 만화의 거장 '이현세' 작가님이 아주 예전에 그랬던 천국의 신화 라는 그림을 넷상에 연재하시더군요.

첫 편 보고 정신이 나가버려서 기다리지도 않고 전 편 결제를 하고 일주일 동안 밤을 새서 정독했습니다.

댓글에는 역시나 '환단고기' 는 위서이니, 작가님이 알아서 이건 신화일 뿐이라고 적어달라며 위서론자들이 굉장한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곳에는 물대포가 없었죠. 있었으면 제가 쏴버렸을 텐데.

 

 

아무튼 그리스로마신화는 즐겁게 만화책으로 사서 보고는 평점을 9점 대나 달아줄 만큼 한가한 한량들이

왜 그보다는 덜, 아주 덜 헛소리 같은 환단고기에는 그렇게 목을 매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샀죠. 너무 비싸긴 했습니다만, 책의 크기를 보고는 입이 쏙 들어가더군요.

책을 저술하신 분이 30년 동안 실제 역사적 장소의 고증을 거쳐서 쓴 역주본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도서 정가제인 세상에 4만원이 넘는 책은 나름대로 적은 월급에 큰 충격이었죠.

 

 

저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몹시 혐오합니다. 중국도 마찬가지고요.

이유야 뭐 일본은 말하자면 입과 손가락만 아프고, 중국은 아마 시작은 1-4 후퇴 때문이었던 것 같고, 굳어진 건 동북공정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로 말 많은 민족은 티격태격 싸우고 죽이니 살리니 했어도 정이 있는 민족이라 지금까지 알콩달콩 살았는데,

아래로 다리 짧고 잔인한 민족은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하는 짓마다 저에게는 눈엣가시였죠.

어쨌든, 책을 사서 지은이를 읽어보니 세상에 제가 예전에 증산도에 종사하시는 분께 무료로 낼름 받아 먹고 아주 재밌게 읽었던 책을 저술하신 분이었습니다.

조금 소름이 돋고 미안했지만, 그 대가로 열심히 읽었습니다.

최근에는 '부도지' 를 샀고요.

 

 

음, 역시 제가 예상했던대로 주역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종교에 대한 신앙 자체를 아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신교 라는 단어는 굉장히 주의하면서 읽었습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특정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알아두면 분명히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적어도 무형의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는 질색입니다.

그나마 불교를 굉장히 좋아하고 절에 자주 다니는 이유는 불교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죠.

석가가 그토록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불상을 세워두고 기도하는 후세인들에 의해 변질된 것 뿐입니다.

저는 불교를 자아성찰의 학문이라고 하고 싶네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하나 확실해진 게 있다면, 환단고기는 위서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위서가 아니다! 라는 건 아니지만, 위서라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말해서 없는 거니까요.

그저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 저는 환단고기가 사실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다 정도로 해두고 싶습니다.

 

 

또 하나, 완전히 확실해진 게 있다면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기본 성질과 그 성질의 변화 또한 자연의 변화 속에 자연스럽게 바뀌어 간다는 거죠.

 

증산도에서 후천개벽 시대에는 하나의 통일 종교와 통일 사상이 세계를 지배할 거라는 이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양극화가 심각한 세상이죠.

하지만 세상 이치라는 게 언제나 양극화의 끝은 하나로 마무리 된다는 겁니다.

둘 다 사라지고 새로운 하나가 생기던가, 둘 중 하나가 사라지던가 말입니다.

계절이 사계절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가짐도 여러갈래로 나뉘어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환단고기의 내용을 떠나서 저는 위서론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만, 위서론자들이 모여있는 구더기 똥집 같은 싸이트는 없기에 여기다가 써봅니다.

뭐 나름 확인하러 다니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뭔가를 부정하려면,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을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 합병했던 시절에 수많은 고서가 불태워지고 위조 된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 팩트! 라고 하죠.

 

 

그렇다면, 왜 위조했을까요? 그리고 왜 민족정신말살정책을 펼쳤을까요?

짱깨는 왜 자꾸 동북공정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을까요?

하찮은 것에는 정력을 쏟지 않는 것이 야망을 가진 자들의 기본이죠.

그만큼 대단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자꾸만 괴롭히고 손을 댄다는 겁니다.

역사상 외세의 침략을 그렇게 많이 막아낸 일들이 모두 허구라면, 그들이 동북공정을 하겠습니까?

민족정신말살정책을 펼치겠냐고요.

그냥 헛소리 그만해라. 그러고 무시하면 그만인 겁니다.

누가 이 작은 나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답니까?

'환빠' 들을 그저 정신나간 사람들로 치부하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고, 또 너무 오랫 동안 집요하지 않습니까?

누가 거짓말을 위장하기 위해서 책까지 펴낸답니까? 종교적인 목적이었다면 경전을 만들었겠죠.

 

 

당신의 사고가 중요하고 진실이라고 믿는 만큼 당신과 반대되는 사고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고를 중히 여깁니다.

알아보기는 귀찮고, 떠도는 찌라시만 읽어보니 대충 어떤 책인지 알 것 같아서 무시한다면 당신은 생각을 할 자격이 없고,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겁니다.

 

 

당신이 환단고기를 읽고 나서도 그 책을 혐오해도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른 건 당연한 이치니까요.

 

 

아니, 식물에도 도감이 있을 정도로 저렇게 많은 종이 살아 숨 쉬는데 인간이라고 별 거 있겠습니까?

하지만

부모 없는 자식 없습니다.

어제 없는 오늘 없고, 오늘 없는 내일 없습니다.

제 이야기의 핵심은 '진실' 에 접근하려 하지 말라는 겁니다.

당신이 니콜라테슬러 입니까? 타임머신을 만드는 쇳덩어리도 녹일 줄 모르면서 '진실' 에 집착하지 마세요.

'진실'은 그 당시의 그들 만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어제 일어난 일로도 네가 했니 내가 했니 하면서 싸우는 게 인간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진실 공방은 역사학자들이 할 겁니다.

우리는 수많은 지식을 섭렵하고 있다가 그들이 내린 결정에 따른 증거를 요구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증거들을 통해서 우리 각자가 나름대로의 역사적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환단고기를 깔 때에는 적어도 최소한, 친일이 들끓는 국내 사학 강단의 말을 인용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본인이 직접 모순을 짚어내고, 직접 연구하고 공부해서 의문점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식민의 잔재를 그대로 역사책에 옮겨다 쓰는 사람들이 무슨 학자란 말입니까?

 

 

어떤 학문이든 명분에 집착하는 순간, 그것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법입니다.

 

 

아무튼 저는 계속 공부할 것이고, 계속해서 진리를 탐구할 겁니다.

저는 반드시 그 열쇠가 인간이 아닌 자연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연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땅 뿐만 아니라, 먼 하늘의 우주와 항성들까지 모두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자이자 고등 수학선생님 이셨던 외할아버지께서는 제게 늘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영원한 진리는 없으니 어떤 공부를 하건 그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전제를 두고 공부를 해라"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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