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거대한 새에 여러가지 좋은 물건들을 잔뜩 싣고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하물의식' 또는 '하물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엘처링가(Alcheringa)와 카고
엘처링가(Alcheringa)는 '태초의 시간(illud rempus)'을 의미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토속어휘다.
"우리들은
카고를 가득 실은 수송기가 도착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천국에 사는 우리 조상들이 카고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백인들은
우리의 카고를 중간에 가로채 주인행세하고 있다.
큰 활주로를 만들어 약탈한 카고를 착륙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활주로를 직접 만들자.
그리고 춤추며 기다리자.
곧 우리 조상들은 백인의 술책을 알아차리고
카고 수송기를 우리가 만든 활주로에 착륙시킬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행복하게 될 것이다. (카고 컬트의 신도)
카고 컬트의 탄생
백인에 의한 약탈사인 남태평양의 근세사. 유럽인들이 촉발시킨 부족간의 전쟁, 전염병, 알코올 중독의 폐해, 플랜테이션 경영에 따른 노동력 수급문제...온갖 식민지화에 의한 접촉 휴유증에 시달리던 그들. 게다가 서구 선교사들은 왕성한 선교활동으로 많은 주민들을 개종시켰다. 남태평양 원주민들은 이전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세례명을 갖게 되었으며 전통 종교의식 대신에 일요 예배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즈음 백인 선교회와 식민지 정부를 겨냥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였다.
백인에 의해 오염된 세계를 종식시키고자, 잠자고 있었던 조상들이 다시 깨어나 생명의 하물을 적재한 배와 함께 이 세상에 귀환한다는 것이다. 조상들이 돌아오고 배로부터 하물이 내려지면 낙원의 시간, 신화의 시간, 태초의 시간, 영원의 시간, 즉 엘처링가가 마침내 이 지구상에 실현된다는 것이다.
엘처링가를 갈망하며
카고컬트는 19세기 말 남태평앙의 전 지역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천년왕국운동(millenium movement)이다. 머지않아 천상의 선물(Cargo)을 가득 실은 새(배나 비행기의 모양으로)가 조상들(신화적 존재)과 함께 이 지구상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서구식민지 활동으로 야기된 위기의 시대에 남태평양인들은 세계의 종말과 동시에 천년왕국을 기다린다. 이들이 꿈꾸고 또 건설하고자 시도하는 완전한 사회, 즉 낙원의 비전은 언젠가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종말론과 연결된다.
치유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로 오염된 현대사회는 '태초의 시대, 새로운 시대(Alcheringa), 지복의 시대'의 도래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며 불사(不死)와 영원히 죽음과 역사를 대체할 것이라 갈망하고 전통적 가치와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생겨난 절망감에서 엘처링가의 도래를 갈망하게 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사후세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지상에 존재한다. 즉, 그것은 바다 저편에 존재하는 것으로 조상들(신화적 영웅)이 인간을 찾아와 이 낙원으로 직접 그들을 인도해준다. 이곳은 조상신들이 살고 있는 장소이며 두려움, 배고픔, 죽음을 알지 못하는 피난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