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엔 정말 세상이 달라질까
광주가자
2008-03-27 18:11:07 │ 조회 4239

마야 달력 근거 ‘대변혁’ 주장… 과학과 이야기 분리성찰 필요


2012년을 둘러싼 모든 ‘주장들’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야 달력이 새겨진 태양석. 멕시코인류학박물관 소장. <경향신문>

 

지난 2월 29일 저녁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일단의 사람들이 곧 열릴 ‘특별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회합 장소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통보’받은 사람들, 구체적으로 VIP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만 비밀리에 이 회합에 참석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다음 날 LA 북쪽 할리우드에 위치한 리카르도 몬탈반 극장에서 열릴 공개 강연 행사에 참여할 주요 패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 만나 먼저 들을 수 있었다.  

 


 

회합의 주제는 ‘2012년 무엇을 대비할 것인가’였다.
‘2012년 12월 21일 이슈’가 떠오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7년 미국의 뉴에이지 사상가인 호세 아르구에예스가 ‘마야팩터’라는 저서에서 주창한 바 있고, 기원이 되는 마야의 달력과 관련된 연구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됐다.

교양서 ‘월드 쇼크 2012’ 주목

 


마야의 역법은 다소 복잡하다. 1일을 1킨이라고 하며, 7200일은 1카툰, 그리고 14만4000일을 1박툰(baktun)이라고 한다. 1박툰을 환산하면 394.26년인데, 187만2000일에 해당하는 13박툰이 하나의 주기를 이룬다. 문제는 기원전 3114년 8월 11일부터 시작하는 현재의 ‘주기’의 마지막 날이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2012년 문제가 화제에 된 데는 최근 한국에도 번역된 일련의 대중교양도서를 통해서다. 지난해 여름 번역된 ‘아포칼립스 2012’(이하 ‘아포칼립스’, 황금나침반)이나 최근 번역된 ‘월드쇼크 2012’(이하 ‘월드쇼크’, 쌤앤파커스)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아포칼립스’를 쓴 로렌스 E 조지프는 ‘디스커버리’, ‘뉴욕타임즈’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한 과학 칼럼리스트다. ‘월드쇼크’엔 로렌스를 비롯해 위 행사의 강연자 대부분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단지 마야의 달력 때문에 2012년이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문제’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바이블코드 ▲새로 발견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요한계시록 ▲주역 등에서 2012년을 거론하거나 암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바이블코드로 미래를 점쳐보면 ‘2012년 혜성’이라는 단어 근처에 ‘부스러지고 밖으로 던져질 것’과 같은 단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바이블코드는 히브리어 성경을 띄어쓰기 없이 적어놓고, 가로·세로 혹은 대각선으로 글자를 살펴보면 성경 이후 역사 전개를 보여주는 ‘암호’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뿐 아니다. 지구자기장의 변화라든가, 은하와 태양계의 정렬, 이상 기온 등 기후변화, 심지어 석유 위기 등도 2012년을 기점으로 뚜렷해진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조지프는 혜성 또는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과 화산 폭발 등도 논거로 제시한다. 예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후자는 꽤 그럴듯한 논거들이다.

일단 2012년 문제와 관련된 최근 주장들은 ‘1999년 종말론’ 때와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한다. ‘아포칼립스’를 쓴 로렌스는 “뉴에이지 신과학을 믿지 않는다”고 밝힌다. 마야문명 연구자인 젠킨스는 ‘월드쇼크’에서 “마야력이 2012년을 종말로 가리키고 있다는 오해는 ‘마지막 날’이라는 용어 때문에 빚은 오해”라고 적고 있다.

‘월드쇼크’의 저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이행(shift)’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특히 DNA 등 인간의 변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주장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최근의 흐름이나 환경·반전운동의 대두 등 공존과 공영을 중시하는 최근 흐름 역시 ‘이행의 징후’로 거론된다. 말하자면 ‘2012년을 분기점으로 하는 거대한 변화’는 나타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식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1999년’보다 정교해지고 업그레이드된 논리인 셈이다. 이 같은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기후변화·석유 위기 등도 일조

 


 


(왼쪽) 2012년 ‘이슈’와 관련된 각계 전문가들의 글을 모은 ‘월드쇼크 2012’ . (오른쪽) 2012년 문제를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 ‘2012 The Odyssey’ . <쌤앤파커스 제공>

 


일단 천문학적 논거들은 사실일까.


 

‘은하의 기준좌표에 지구와 태양계가 정렬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 문홍규 연구원은 “지구나 태양계는 은하 안에 있고, 그에 비해서 어마어마하게 크다”며 “그 일부로 마치 품 안에 있는 것과 같은 태양계와 은하가 정렬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혜성충돌설’과 관련해 그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2036년에 아포시스라는 혜성이 정지궤도 위성보다 가까운 3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구에 근접해 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관측 결과에 따른 계산 정밀도가 높아지면 충돌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까지 계산으론 이 소행성의 경우도 충돌 가능성은 몇십만 분의 1 정도의 확률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극 지점 이동’의 경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 연대가 예를 들어 2012년이라고 찍어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2012년, 게다가 특정 연월일을 특정하여 사회변화 기점을 구성하는 것은 타당한 논리일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채오병 박사는 “그와 같은 주장은 세계를 일종의 폐쇄된 체계로 보고 파국으로 나가는 규칙성을 포착하는 것인데, 사실 미래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상쇄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열린 체계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한다. 기후 변화나 지구온난화 문제 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연월일로 수렴되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은 오히려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론과 이야기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실제 몇월 며칠에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예언은 그날이 지나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예측이 나오는 과정이 어떤 절차를 밟았냐는 것”이라며 “어린아이도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정상과학이라면 예측배후의 이론들이 얼마나 설명 가능한지 주목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각종 과학적 논거를 끌어들이더라도 본질에서 이야기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과학 지식을 동원했다면 과학적 주장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도 심리실험을 해보면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반증 가능 사례보다 입증 사례에 더 주목하는 ‘확증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이 최근 인지과학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사 사회적 명성을 쌓거나 나름의 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도 잘못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하필이면 왜 지금 그 같은 주장이 나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환경·생태 위기에 대한 경고나 에너지 고갈 위기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과학계나 현대 사회가 자연·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외면한다면 이런 주장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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